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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전곡리 유적_한국의 핸드액스 이야기_

by 꾸깃쿠크 2023.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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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 다들 한번씩 들어 보셨을 겁니다.

 

그리고 여기 그 말을 증명해낸 한 주한미군 청년이 있습니다.

 

그렉 보웬씨의 모습 (출처 : 전곡 선사 박물관 홈페이지)

 

1978년 주한미군 기상관측병으로 복무하던

그렉 보웬씨는 당시 여자친구(후일 아내가 된) 이상미씨와 한탄강에서 데이트를 하던 중

커피를 마시기 위해 코펠을 얹을 돌멩이를 찾았고

여자친구가 주워 온 돌멩이들에서 낯익은 돌멩이를 발견하게 됩니다.

 

 

위의 사진은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의 사진을 참고용으로 편집한 것으로 본문의 내용과 무관합니다.

아래 쪽은 둥글고 위쪽의 양 측면을 날카롭게 간 것이 특징이다. (출처 : 전곡 선사 박물관 홈페이지)

 

그는 양면핵석기 혹은 아슐리안 형 주먹도끼라 불리는 구석기 유물을 발견 한 것이었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평범한 돌멩이였지만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에서 고고학을 공부하다 학비를 벌기 위해 입대한 그렉 보웬씨에게

그 돌은 사람이 인공적으로 가공한 흔적이 있었고 형태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그렉 보웬씨의 이 작은 발견은 후에 전 세계를 놀라게 할 큰 발견이었음이 밝혀지는데

당시 세계 고고학계는 하버드 대학 모비우스 교수의 모비우스 학설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비우스 교수

 

모비우스 교수를 중심으로 한 학자들은 동아시아 부근에서는

찍개는 발견되지만 더 정교한 형태인 주먹도끼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에서

모비우스 라인이라는 가상의 선을 그어 서양이 동양보다 인종적으로 우월하다고 주장하고 있었고

세계 고고학계는 이런 모비우스 학설을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모비우스 학설 (출처 : 전곡 선사 박물관 홈페이지)

 

아슐리안 형 주먹도끼를 데이트 도중 한탄강 인근에서 발견한

그렉보웬씨는 프랑스의 고고학자 보르도 교수에게 편지를 보냈고

편지를 받은 보르도 교수는 당시 한국 고고학계의 권위자였던

서울대학교의 김원룡 교수를 소개시켜줍니다.

 

 

 

삼불 김원룡 선생 모습 (출처 : 전곡 선사 박물 홈페이지)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면서 연천 전곡리에서는 아슐리안 형 주먹도끼가 대량으로 발견되었고

이후 세계의 학자들의 검증까지 완료되면서

연천 전곡리 유적은 모비우스 학설을 반박하는 증거로서 세계 고고학계의 정설을 바꾸게 됩니다.

이후 전역 후 석사학위를 취득한 그렉보웬씨는 나바호내셔널 박물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였는데

후에 연천 전곡리 유적 구석기 축제에 초대 되어 한국을 다시 방문하였습니다.

 

그렉 보웬 씨의 모습(우측 출처 : 연합뉴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주먹 도끼를 발견했을 때 심정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습니다.

 

"황량한 벌판에서 주먹도끼를 봤을 때 나는 내가 무슨 일을 해낸 것인지 믿을 수 없었고

그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

 

고고학을 공부 중이던 한 미군 병사가 여자친구와 데이트 중 길바닥에 있는 돌멩이에서

세계적인 발견을 한 것처럼 우리가 아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놀라움과 행복을 선사 해 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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