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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죄를 씻는 곳 '연옥'에 관해서

by 꾸깃쿠크 2023.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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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는 연옥이라는 말이 없다.

 

하지만 1992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재임 시절 나온 교리문답서에도

연옥은 여전히 정통 교리의 하나로 포함되어 있다.

 

연옥이란 무엇이고,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죄를 지은 영혼은 지옥에 떨어지고, 선한 영혼은 천국으로 가는 것이 기독교의 기본적인 사후관이다.

 

시스티나 성당 내부 모습

미켈란 젤로 <최후의 심판> 시스티나 성당 벽화

하지만 누가 봐도 악인이거나 누가봐도 선인인 사람은 많지 않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작은 잘못 한 두개쯤 범하기에 선인과 악인을 구분하기 애매 할때가 많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불로써 자신의 죄를 씻은 다음 천국으로 간다는 것이 연옥의 논리이다.

 

연옥 (출처 : 나무위키)

카톨릭의 교리에서 죽은 영혼은 살아 있을 때의 죄를 씻기 위해 불에 타게 되는데

이것이 너무나 고통스러워 연옥에서의 몇 시간이 이승의 몇 년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교황청은 지상의 사람들이 기도하고 미사를 드리면 연옥에서의 시간이 줄어든다고 얘기하며

죽은 영혼의 살아 있는 가족, 친구 들에게 기도와 미사를 통한 경건한 생활을 할 것을 권유한다.

 

이러한 희망은 사람들이 더욱 열심히 기도와 미사를 드리는 동기가 된다.

 

그렇다면, 연옥은 언제 만들어진 것일까?

 

자크 르 고프 [연옥의 탄생]에 따르면

 

연옥의 개념이 자리잡는데 아우그스티누스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아우구스티누스(출처:위키백과)

아우구스티누스는 인간을 아래와 같이 네 분류로 나눴다고 한다.

 

전적으로 선한 자들

전적으로 악한 자들

전적으로 선하지는 않은 자들

전적으로 악하지는 않은 자들

 

이러한 네 분류에 영향을 받은 인간에 대한 분류가 연옥의 개념 형성에 영향을 줬다고 한다.

 

르 고프는 언어의 변화에 따라 연옥 개념 성립을 파악하려고 했는데

정화하는 불이라는 형용사 형태가 푸르가토리움이라는 명사 단어로 나타난 것으로

12세기 말에 연옥의 개념이 완성됐다고 보았다.

 

이는 돈을 만지는 업에 종사한 사람이나 고림대금업자가 지옥행을 면치 못한 다고 주장해 온 교회가

브르주아 계층이 성장하자 그들을 기독교 구원 체계 안으로 흡수하기 위해 종교가 자기 조정한 결과라고 보았다.

 

한편, 연옥에 대한 묘사를 볼 수 있는 중세 농민들의 사후 세계 체험에 대한 기록을 통해

12세기 이전부터 연옥에 대한 개념이 있었다는 반론도 있다.

 

이탈리아 화가 라자로 바스티아니의 ‘성 예로니모의 장례’(1470~72).

 

이들은 최후의 심판날 다같이 심판 받는 교리로 인해 공동체로서 혹은 단체로서 인식되던 죽음이

개인의 죽음으로 인식이 바뀌어 가면서 개개인의 잘못에 대해 고려가 시작되었고

그렇기 착하지는 않지만 나쁘지도 않은 가족, 혹은 친구, 나의 잘못이 지옥에 갈 정도인가하는 고민에서

연옥이 탄생했다고 본다.

(중세 전기에 기사들은 갑옷을 벗고 머리를 동쪽으로 한 채 팔을 벌려 십자가 모양을 하는 식으로 스스로 자신의 죽음의 의례를 집전했다고 한다. 이는 격정적이지 않았는데 죽음은 모두가 죽어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갈진대 나의 죽음만 각별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죽음이고 따라서 애달파할 필요도 없어 담담했다고 한다.)

 

이후 연옥의 개념은 루터 이후 프로테스탄에 의해 비판 받지만

적어도 가톨릭 세계 내에서는 위치가 확고했다고 한다.

 

중세 말 1차 정점을 찍고, 17세기 바로크 시대에 2차 정점을 찍은 연옥은 19세기 말 최고의 정점을 찍는다.

 

노트르담 드 몽리종 성당의 경우

연옥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한 미사의 중심지 역할을 했는데

1885년 ~ 1935년 사이에 1500만 번의 미사가 거행됐다고 한다.

 

이 당시에는 모든 영혼이 지옥에서 죄를 닦고 천국으로 갔기 때문에 지옥이 텅비었다고 말한 정도였다고 한다.

 

몽리종 성당

 

 

연옥의 개념이 깨진 것은 세계 대전이 발발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전쟁은 보통 종교와 믿음을 키워주지만

세계대전은 믿음이 자랄 수 없을 정도로 참혹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기 전 종부성사를 통해 자신의 죄를 고백하지 못하고 죽어 갔다.

 

참호에 들어오지 못한 전우가 죽어가면서 내는 신음을 참호 속에서 듣던 사람들은

지옥 같은 현실에 신앙심을 잃어 갔다.

 

참호 속 사람들

국가를 위해 비참하게 죽은 이들이 죽어서도 연옥에서 고통을 받는 다는 것은

배은망덕한 것으로 여겨졌고 연옥을 통하지 않고 하늘로 직접 간 것으로 사후 세계에 대한 관념이 바뀌어 갔다.

 

성당은 연옥의 고통을 경감시키는 곳에서 구국의 영웅들을 위한 추모의 장소가 되어 갔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연옥의 개념이 약해 졌을 뿐 아니라

지옥의 영향도 약해져 설교에서 지옥에 대한 언급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출처 : 서울대학교중세르네상스연구소 지음, [중세의 죽음], 산처럼,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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