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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이혼녀가 35세 연상의 권력자를 유혹한 방법(로마 에피소드)

by 꾸깃쿠크 2023.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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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권력자 술라는 35세나 연하인 다섯번째 아내 발레리아와 함께 지냈다. 세번째 결혼까지는 이름도 없는 여자를 아내로 삼았지만, 네번째 아내는 로마 정계의 유력 가문인 메텔루스 집안에서 맞아들였다. 그런데 메텔라라는 이름의 네번째 아내는 술라가 독재관을 지내고 있을 때 쌍둥이 남매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플루타르코스에 따르면, 홀아비가 된 최고 권력자와 젊은 이혼녀의 만남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졌다.

 

어느 날 술라는 검투사 경기장에서 시합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당시에는 경기장 안의 좌석이 남녀로 구분되지 않고 난잡했다. 그때 우연히 술라의 곁에 몹시 아름답고 출신도 좋아 보이는 여인이 앉아 있었다. 술라의 뒤를 지나 자기 자리로 가던 젊은 여자는 그의 어깨를 만지고 토가에서 실밥을 뽑아냈다. 그리고는 그 실밥을 들고 그대로 자기 자리로 가버렸다. 이 행동에는 술라도 깜짝 놀라서, 저도 모르게 여자를 바라보았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술라를 마주 바라보면서 말했다.

 

"이상하게 생각지 마세요. 당신이 누리고 있는 행운을 저도 조금이나마 얻고 싶어서 그랬을 뿐이니까요."

 

명문 귀족 발레리우스 가문 출신의 이 여자를 술라는 다섯번째 아내로 맞아들였다.

 

저자(시오노 나나미)가 <뉴욕 이야기>라는 제목의 옴니버스 영화를 보고 있을 때의 일이다. 마틴 스코세지가 감독한 첫번째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을 보다가, 저자도 모르게 그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성공한 유명 화가의 전시회에서 접수를 맡고 있는 아가씨가 그 화가에게 건넨 행동과 말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위의 에피소드와 똑같았기 때문이다. 영화감독 마틴 스코세지도 플루타르코스를 읽은 모양이다. 어쨌든 젊음 말고는 가진 게 없는 여자가 거물을 '낚는'데에는 발레리아의 언행만큼 효과적인 방법도 없는 것 같다.

 

물론 근엄하고 고지식한 도덕주의자인 플루타르코스 선생이 위의 에피소드를 칭찬하는 뜻으로 소개한 것은 아니다. 에피소드를 소개한 뒤에는 술라의 나이와 지위에 걸맞지 않는 경거망동이라는 비판을 덧붙였다.

 

시오노 나나미 저, 김석희 옮김, [로마인이야기], 한길사

플루타르코스, 신복룡 역,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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