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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풀크라운/우디스 북클럽

외계인 게임

by 꾸깃쿠크 2022.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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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두달 여전에 빌렸던 외계인 게임을 미루고 미루다 드디어 다 읽었다.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대통령상(대상)을 수상했다고 하기에 빌려서 읽어 본 책이었는데 오랜만에 평범한(?) 소설을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꽤 오랜전부터 '읽으면 도움이 될거야' 하는 생각,' 어려서부터 추천받아왔으니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소설은 고전이나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유명한 책들만 읽었었는데 역시, 내 취향은 이러한 마이너 계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대통령상을 수상했기에 마이너라는 말이 안 어울릴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 내리고 많은 사람들이 아는 책은 아니니 마이너 쪽으로 분류했다)

 

고전과 웹툰만 보다가 본 소설이어서 그런지 한 사람의 내면을 이야기하는 서술 방식이 낯설면서도 정감이 갔다. 현대를 살아가는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에 먼 과거의 상황과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는 고전을 읽을 때 혹은 판타지 영화나 웹툰을 볼 때와는 다른 평범한 공감이 갔다.

 

책에서 가장 공감이 가는 사람의 이야기는 남하나의 이야기였다.

30대인 남하나가 내가 지금까지 이룬 것이 아무 보잘 것 없게 느껴진다고 하는 마음이 공감갔다.

 

예전에 책이나 인터넷, 혹은 TV를 통해 나오는 30대의 고민들을 이해했었다고 생각했는데 스스로 30대가 되어 느껴보니 쉬운 이야기가 아니였다는 생각이 든다. TV나 다른 매체들을 통해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들만 접하면서 내가 하는 고민들이 다른 사람들은 하지 않는 고민이라고 생각했다가 책을 읽어보니 모두가 하는 고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역시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 중 한 명이란 거겠지, 동떨어진 사람이 아니라... 특별하기보다 평범한 자신을 발견하면서 약간의 위로도 되었다. 그리고 어렸을 적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아픔과 상실에 역시, 삶은 직접 경험해 보기 전에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말이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었다.

 

등장인물들의 고민들 모두가 조금씩 조금씩 공감갔는데

어쩌면 현대인들이 느끼는 감정은 다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로 책에 성적인 묘사가 많이 나오는데 성을 부끄럽거나 제한적으로 다루지 않는게 진솔한 이야기라는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성이란게 자신만 아는 은밀한 비밀과도 같기 때문에 거리낌 없는 성적인 표현은 1인칭 시점 서술의 맛을 더해주고 있었다. 다만, 이런 식의 묘사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싫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꽤 많이 나온다. 이 정도로까지 나올 필요가 있을까 싶은 정도지만 외로운 사람들의 내면을 이야기하는데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을 마무리했다.)

 

책을 보면서 파키스탄 훈자는 어떤 곳일까?

 

이야기의 종착점인 파수는 어떤 곳일까?

 

상상하게 되었다.

 

여행 에세이를 쓰던 작가 분이어서 그런지 여행지를 궁금하게 만드는 솜씨가 있으시다.

 

외계인 게임은 훈자에 여행을 온 다섯 명의 사람들이 낯선 타인(혹은 외계인)에서 우리가 되기까지의 이야기이다

 

판타지 소설처럼 멋있는 영웅들의 이야기도 아니고

어떤 크나큰 사건(인류의 위기 등)이 생기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기에 우리의 인생을 이야기해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통해 위로를 받았듯 내 글을 통해 다른 사람을 위로해주기 바란다는 말처럼 이런 종류의 글이 아직 마음을 닫지 않은 이들에게 잔잔한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다.

 

아래는 스토리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김설, 남하나, 최낙현, 전나은, 오후라는 다섯 명의 사람들의 1인칭 시점에서 서술된다.

 

28세 여성 국어교사 김설은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파키스탄 훈자에 왔다.

그녀에게 여행은 벗어남을 뜻했다.

모범생으로 살아 온 김설은 이제서야 여행을 하며 일탈을 조금씩 하고 있다.

 

32세 여성 남하나는 영상 번역가이다.

시간과 돈을 들여 배운 영어가 아까워 번역 일을 하고 있지만

소설을 번역하거나 영어 강사를 하기에는 실력이 부족했다.

그렇게 영상 번역을 일을 한다. 그녀는 키스방 아르바이트를 하며 번 돈으로 여행을 다닌다.

그녀는 가식적이고 이해타산적인 관계들에 지쳐 있다.

 

40세 최낙현은 소설가이다.

소설을 쓰는 것은 잘하지만 소설로 먹고살지는 못한 작가였기에

잠깐 다른 일도 해보았지만 그만두고 만다.

결국, 아내와 헤어지게 되고 출판사의 제의로 여행 에세이를 쓰기위해 훈자에 왔다.

 

22세 전나은은 대학생이다.

진정으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른채 튀지 않는 삶을 연기하며 살던 중

친구의 사고를 계기로 무료한 삶을 끝내기로 결심한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했고 작성한 리스트에서 꼭 하지 않아도 될 것들을 지우다 여행만 남았다.

그녀는 여행을 하고 죽기 위해 훈자에 왔다.

 

29세 오후는 여행자이다. 그는 사랑했던 벙어리 여자친구의 자살을 지켜보고 상실의 아픔에 여행을 다니고 있다.

 

이렇게 각자의 상처와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훈자에 모였고 외계인 게임을 하게된다.

 

현실에서 일어 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에 놓였을 때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면 무엇을 선택할지 정하는 게임

이때, 소수의견을 말한 사람은 외계인이 되어 벌주를 마시고 선택의 이유를 말해야 한다.

 

일행은 외계인 게임을 하면서 조금씩의 비밀을 남긴채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하게되는 이유가 인물의 독백을 통해 전달된다.

 

앞선 사람의 이야기에서 몰랐던 부분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서 드러나기도 하고

(김설이 남자친구와 헤어진 이유가 단순히 사랑이 식어서가 아닐 것이라는 추측을 남하나의 이야기에서 해 볼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혼자서 착각에 빠진 모습도 볼 수 있다.

(최낙현은 자신이 일행의 리더라고 생각하는데 전나은의 이야기에서 이 생각이 착각임을 알 수 있다)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파키스탄에 왔고

낯선 타지에서 모르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들은 외계인 게임을 한다.

 

낯설었던 그들이 서로를 알아가고 진정한 여행을 즐기고 우리가 되는 이야기는

여행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행의 로망을 선사해줌 과 동시에 따스함마저도 주는 것 같다.

 

오후에 대한 감정을 깨달은 김설과 오후는 어떻게 되었을까

자신이 상대한 손님들의 포르노 영상을 유포하고 모든 것을 끝내려다가 인생을 다시 시작해보겠다고 하는 남하나는 어떻게 되었을까(어떤 선택을 했을까? 포르노를 유포했을가 안 했을까?)

오후가 쓴 글의 문장을 훔치려다가 아내로부터 온 문자에 고민하다 오후에게 글을 쓸 것을 독려하는 최낙현은 어떻게 되었을까(어떤 선택을 했을까? 문장을 훔쳤을까 안 훔쳤을까?)

인생의 무미건조함에 자살을 하려는 생각에 미래를 생각만 해도 울음이 터지던 전나은은 자살이 실패한 후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오후는 어떻게 되었을까

 

등장인물들의 독백에 그들에게 애정이 생기고 그들의 선택과 결말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책의 서술은 그들이 어떻게 됐을지 궁금해지게 만든다. (오후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추측을 해볼 수는 있다)

 

오후의 이야기에서 김설이 말하듯이 모두가 서로를 조금 더 알기 위해 한 외계인 게임이었지만

거짓말을 했던 김설처럼 아직 다 말하지 않은 일들이 있고 각각의 캐릭터들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준다.

 

그리고 마지막에 하는 오후의 말처럼

시간과 공간을 넘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방법은 한 사람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 뿐일지도 모른다.

 

타인의 가슴에 뚫린 블랙홀을 통과해 다음 세계로 함께 나아가는 일, 그것만이 외계인인 서로가 동류가 되는 방법이 아닐까하는 말이

 

각자의 삶에서 외계인인 우리가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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