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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권의 독서후기] 지식인으로서 공부하며 산다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나는지방대시간강사다>(4/1000)

by 꾸깃쿠크 2023.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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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감소와 함께 폐교하는

지방대학이 늘어가고 있다.

 

그런데, 학령인구가 감소해 대학의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은

아주 오래된 이야기임에도

대학들은 어떠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채

폐교를 하고 있다.

 

<나는지방대시간강사다>를 읽은 것은

위와 같은 호기심에서부터 출발했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문제 외에도

지방대학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은 무엇인가?

그리고 지방을 벗어나서

우리나라 대학들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번 추석을 맞이해 책을 읽었다.

 

책의 뒷면에 1판이 2015년에

발행됐다고 써있으니

어느덧 책이 나온지 약 8년 가까이 되었다.

 

그동안 강사법이 제정되고

학령인구 감소의 여파로 폐교하는 대학들이

속출하는 등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과거부터 이어져 온 문제점들이

현재에 와서는 어떻게 바꼈고

현재는 어떻게 읽힐 수 있을까?

 

지방 대학에서 시간강사를 했던

309동1201호님의 글을 읽어 보았다.

(309동1201호는 책 저자의 필명이다)

 

책을 읽기전에

나는 <나는지방대시간강사다>(이하 '지방시')가

오로지 강사로서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생각과는 다르게

책은 대학원생으로서의 어려움을 1부에서 다루고

2부에서 시간강사로서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1부를 읽으면서

우리나라 대학원생들의 이야기와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대학의 현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공계 대학원생은 다를지도 모르나

인문계 대학원생에게 조교는

돈도 어느정도 받으면서 공부도 할 수 있는게

얼마나 좋으냐는 말이 따라 붙는다.

 

조교 생활을 하면 등록금이 모두 면제되고, 연구 인건비를 받으면 용돈까지 받을 수 있다

출처 입력

대학원을 생각하는 학부생들에게

선배들은 위와 같은 이야기를 하며

대학원 입학을 유도한다.

 

그런데 현실은

8명의 교수님들이 각각 한 명의 연구조교를

두고 350만원 정도의 장학금을 줄 수 있는데

조교가 열 명이어서

350만원의 장학금을 10등분하고

과에서 개설하는 대형강의 3개에서 나오는

80만원을 또 10으로 나눈 몫이

한 명에게 주어졌다고 한다.

 

조교 근무는 3월 초부터 8월 말까지니까

6개월 근무하고 300만원, 한 달로 치면

50만 원이 조금 안 되는 돈을 받게 된다.

 

당연히 최저 시급이 안 되고,

편의점 알바를 하는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조교는 관행적으로 필수 코스로 여겨져

알바를 하는 배짱 좋은 신입생은 없었다고 한다.

 

대학 등록금을 고려 할 때

숨 쉬는 비용을 제외하고도 삼백만 원이 비웠다

출처 입력

고 한다.

 

또,

교수들을 존경하고 모셔야 한다는 압박은

조교들을 5분 대기조로 만들고

일을 하다 다친 것은

괜한 분란을 만들까봐

조용히 개인 사비로 처리해야 하는 일이 되기

일 수였다고 한다.

 

저자가 맥도날드 아르바이트를 하며

다쳤을 때는 오히려 산재 처리를 받았는데

학문을 공부하고 연구하며

선구자가 되어야 할 대학이

오히려 더 노동 환경이 열악하고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아이러니를 겪는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은

시간 강사가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시간 강사는 보험을 적용 받을 수 있지만

일정 시간 이상 강의를 하는 경우에 해당되고

대부분의 강사들은 그만큼의 강의를 하지 못해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고 한다.

 

대학은 법을 지키기 위해 강사들에게

강의를 많이 맡기지 않았고

이는 강사법이 제정된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대학은 법을 지키기 위해

강사를 줄이고 겸임교수의 숫자를 늘렸고

순수하게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게 되었다.

 

대학과 고등교육에 관심이 많은

필자로서는 지방시를 읽으면서

대학 본연의 역할과 모습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였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면서

돈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지만

돈만 우선시 되는 사회를 경계하고

인권과 노동이 경시되는 풍조에 대해

경고를 날릴 수 있는 것이

지식인들과 대학의 역할이라고 생각

할 때 많은 고민이 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교수의 갑질에 자살했다는

대학원생들의 이야기를 종종 들을 수 있다.

 

대학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큰 권력을 지닌

교수들을 대학원생들이 눈치를

보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논문 심사가 교수의 전문성과 학식에 기반한

판단에 달려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이렇게 구조적으로 한 명의 개인이

을일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는

갑이 을의 상황과 처우에 대해

고려 해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일방적으로 지원을 하라는 이야가아니다.

 

사적인 일을 시킨다든지하는

갑질로 인해 고통을 받거나 하지 않게 해주고

본인도 겪은 일이기에 당연하다고 생각하기보다

겪은 일이기에 공감해줄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방시의 이야기가 2023년 현재와 다를 수 있다.

 

필자가 알기로

최저 임금을 받으며 조교일을 하는 곳도 있고

주당 이틀을 근무하면

등록금의 80%를 감면해주고

투잡을 허용해주는 곳도 있다.

 

하지만, 우리사회 어느 곳에서는

현재도 지방시에서 나온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과거에는 지방시의 저자처럼

누군가가 겪었던 이야기이다.

 

지방시의 저자가 '그러게 공부를 못해서

지방대학을 왜 다녔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는

부분에서는 살짝 서글펐다.

 

사회의 상위권에서 좋은 혜택을 누리는 사람은

몇몇 되지 않는다.

 

사회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위권이 아닌

중위권, 하위권에서 살고 있다.

 

내 이웃의 대부분이 중위권, 하위권이라는 것이다.

 

내 이웃, 내 친구에게 그러게 공부좀 잘하지 그랬냐보다

왜 힘든지 공감해주고 관심가져주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것이 곧 나를 위한 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지금 위에 있다고 항상 위인 것도 아니고

내가 지금 아래 있다고 평생 아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의 교육은

단순 암기 위주의 교육이라고 비판 받기도 하고

단순히 성적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그리고 고등학교에서의 종합적인 성적이

특정분야에서의 지식과 전문성, 창의성

노력을 폄하하는 기준이 될 수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 학교의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더 좋은 결과를 내놓은 사람들이

우리사회에도 많이 있다.

 

비난과 비판보다는

공감과 함께하는 관점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물론 상위권에 속하는 분들의 노력이 폄하되어서도 안 된다.

단지, 성적이라는 단일 기준으로 모든 것을 보는 것을 경계하고 싶은 마음이다.)

 

 

P.S. 지방시를 읽다보면

지방시의 저자가 강사 시절 있었던

일화들을 소개한다.

 

그런데 저자가 인문학 전공자여서 그런지

현실에서 저런 대사를 실제 겪으면

손발이 오그라들었을 것 같은 대사들이 몇몇 있다.

 

이런 부분을 읽을 때면 공부만한 아저씨가

신세대 언어를 따라하겠다며 흉내낼 때 느끼는

오그라듬을 느낄 수 있는데

지방시를 읽으실 분들은 신세대와 어울리겠다며

나름 아이돌 춤을 공부하고 추는

아저씨의 모습으로 생각하고 귀엽게 보고

받아 들여야 할 것 같다.ㅋ

 

아래는 필자가 제목에서 이야기 했던 질문의 답을

저자 분이 학생과 상담했던 내용으로 답변하고자 한다.

 

"교수님은 지금 행복하신가요?

후회하지 않으시나요?"

 

나는 ······ 후회한단다

 

하지만 시간을 돌이켜

스무 살의 나에게 어느 길을 걷겠니,

하고 다시 묻는다면,

역시 죽을 만큼 고민할 거야,

지금 행복하냐고 물으면,

나는 자신 있게 대답할 수가 없어······.

그런데 적어도 나에게 부끄러운

선택을 하지는 않았단다.

그래서 ······

 

"그러면 버틸 수 있다는 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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