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연결되어 있다.
자연에 대해 알아갈수록 경외감과 신비함을 더 해갈뿐이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베이징에 있는 나비가 날개를 한 번 퍼덕인 것이 대기에 영향을 주고,
영향이 시간이 지날수록 증폭되어 긴 시간 후 토네이도와 같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는 말이다.
자연을 생각하고 대할 때 나비효과와 마찬가지로 '어떻게 이렇게 될 수 있지?'하는
신비함과 경외감을 주는 알 수 없는 일들이 늘 공존하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작가는 자신이 자연을 관찰한 것을 설명하면서 명확한 결론은 내주지 않고 관찰 결과만을 설명해 준다.
신비함과 경외감이 느껴지는 동시에 드는 답답함이 독서를 어렵게 만들었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개입은 과연 나쁜가?',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인가?'하는
아직 작가 자신도 정확한 답을 내지 못한 것처럼 내보인 질문들이 내 안에서도 계속 맴돌았다.
그럼에도 책을 계속 읽으면서 알게 된 것은 인간 또한 자연에 영향을 미치며,
영향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적용될지 부정적인 방향으로 적용될지 모르지만
자연은 스스로의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판단하는 것은 어떤 동물의 입장에서 보느냐
또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나무가 벌목되면 노루에게 안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노루의 입맛에 딱 맞는 고열량의 식물은 광합성을 방해하는
나무그늘이 가득한 숲보다 햇빛을 많이 쐴 수 있는 벌목된 숲에 더 많이 존재한다.
사실은 벌목이 노루에게는 이로운 것이다.
하지만 노루의 개체 수가 많아지면 식물들을 닥치는 대로 먹기 시작해 숲이 노쇠해져 열매를 맺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결국 우리는 아침에 맛있는 딸기잼을 바른 빵을 못 먹게 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늑대를 방류하는 등 노루의 개체 수를 조절해 줘야 한다.
결국 또 인간이 개입해야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처음에 인간이 벌목을 한 것이 문제 상황을 만든 걸까?
그렇다면 해결 방안으로 늑대를 방류한 것도 다시 문제를 야기하진 않을까?
하지만 매일 아침 맛있는 빵을 먹고 싶어 하는 것은 모든 인간이 당연하게 바라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개입해야 한다.
답을 내리기 어려운 질문들 속에서 작가는 나름의 결론을 내린다.
휨멜에서 산림관으로 일하는 15년 동안 작가는 원리원칙주의자였다.
야생 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것은 자연에 개입하는 행위며 자연을 부자연스럽게 변화시키는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는 새들과 딱따구리에게 모이를 주는 행위로 행복을 경험하게 되고
먹이주기가 종의 다양성을 증가시켜주는 연구 사례들을 보면서 변화한다.
작가는 인간의 개입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닐 거란 생각까지 하게 된다.
책은 딱 정해진 답을 말해주지 않는다.
의문들 속에서 계속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자연을 설명하고 있다.
자연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사람 또한 그 속에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우리가 환경보호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많이 쓰는 표어가 “나 하나쯤이야”이다.
나 하나쯤 쓰레기를 버려도 괜찮지 않을까? 나 하나쯤 꽃을 꺾어도 되지 않을까? 등
사소한 것이라 여기며 우리가 자연을 훼손할 때 가장 많이 하게 되는 표현일 것이다.
이 표현은 엉켜있는 실타래처럼 복잡하고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자연의 속성을
생각 못 한 채 자기 자신의 편의만을 고려한 것이다.
자연을 보호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기에
자연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고, 그것을 직접 경험하고 느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리원칙주의자였던 작가가 변한 것처럼 말이다.
인간의 개입은 나쁠까, 아닐까? 답을 정확하게 내리지 못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간과 자연은 실타래같이 꼬여 있는 네트워크 속에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존재이다.
도시가 발전하면서 자연과 너무 멀어진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어려운 일일 수 있지만
자연 속에서 자연을 느끼는 것이 자연에 내가 포함되어 있다는 경험을 시켜주고
이 경험이 자연보호를 해야 한다는 어떤 과학적인 말보다 크게 와닿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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