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평범한 일상이, 인생이
언제 문학 작품이 될까?
그건 작가에 의해 쓰여질 때이다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다
이번 작품 고압선을 읽으면서 90년대 평범한 아버지들의 삶이 떠올랐다
나도 뉴스와 신문을 통해서만 접했던 내용을 소설로 읽으니 아버지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었을 지 간접적으로 이해되었다
자신이 사라져 버리는 기분
우리네 아버지들은 그런 기분 속에서 살았던 것이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했지만
남자는 회사가 자신이 있을 곳이 아니라는 기분이 든다
이는 곧 자신이 정리해고 대상자가 아닐까하는 의심으로 이어진다
자신이 사라져가던 가운데 대학시절 좋아했던 여성을 만나 자게 된다
젊은 날 바라마지 않던 상대였고 어느때보다 흥분하며 감정을 표출했지만 이는 불륜이었고 그럴수록 남자의 삶이 위협받는다
남자는 직장에서 하지 않던 실수를 하고 존재가 희미해 져 간다
여자를 만났을 때 다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이 원하던 바를 충족했지만 여자를 만날 수록 삶이 위협받는다
결국 여자를 보지 않기로 하지만
이미 남자는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고 있었다
분명 있으나 그는 그라는 인격체로서 있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어 다 주는 사람 혹은 회사의 대체 가능한 부속품일 뿐이었다
결국 투명인간이 되버린 남자는 여자를 보러가고 여자는 남자의 옛 친구이자 여자의 전 남친 b를 만나고 있다
여자는 b와 함께 있을 때 더 다채로웠고 남자는 여자의 곁에 있을 때의 자신마저 남들보다 못했고 대체 가능했음에 거리로 나간다
남이 먹다 남긴 음식을 먹고 남의 얘기를 듣지만 아무도 그를 신경쓰지 않는다
평범했던 남성은 그렇게 거리에서 살아가게 된다
그는 특별하지 않았고 그가 원했던 순간마저 다른 사람이 가져가 버린 것이다
이 이야기는 스릴러 물이나 드라마들처럼 자극적 사건이 없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문학작품이다
작가의 글 솜씨가, 묘사가, 비유가
평범한 이야기에
색을 입히고 우리에게 얘기해 주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삶을 혹은 사회의 문제를, 인생을 말이다
버티풀크라운/우디스 북클럽
고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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